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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더블엔]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 무작정 달려간 안나푸르나에서의 유쾌한 여행기록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작가
정지영
출판
더블엔
발매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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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눈에 반했어!


이 책은 정말 디자인 + 제목 + 내용 모든 게 완벽한 책이었다. 이 책이 눈에 먼저 들어온 이유는 단연코 표지! 여심을 한 번에 사로잡는 하늘색 & 핑크색의 오묘한 조화라니!!! 2016년 팬톤컬러의 주인공인 두 색상을 그대로 표지에 담았다. 게다가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라는 감각적인 제목 또한! (그리고 제목과 폰트가 정말 잘 어울림 이 책 표지 디자인한 분은 진짜 감각이 장난 아니다.)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만 괜찮다고 해서 책을 고르는 건 아니다. 일단 눈에 띄면 내용을 살펴보고 별로면 "또 표지에 낚였네" 하고 다시 내려놓는데, 이 책은 내용도 맘에들었다. 30대 여성이 홀연히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도 아닌 네팔을? 이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이야기임과 동시에 독특한 포인트여서 관심이 많이갔기에 냉큼 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2 맛깔나는 표현


"빌브라이슨은 <나를 부르는 숲>에서 며칠간 고생스럽고 배고픈 등산을 하고서 흰 빵을 보자 오르가슴을 느낄 뻔했다고 했는데 이해가 된다. 어디 오르가슴 뿐이랴. 빵 한 쪼가리로 살인나겠다. 정말." p.221


'정유정의 유쾌함과 빌 브라이슨의 박식함을 섞어서 새로운 안나푸르나 여행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라는 작가의 말. 정유정과 빌브라이슨의 자세한 서술방식은 모르지만 정지영작가가 의도한 유쾌함과 박식함은 여행기에 잘 드러나있다.

일단 이 책은 흔한 여행에세이처럼 사진이 반, 글이 반 인 여행기는 아니었다. 대부분 글로 서술되어있고 맨 뒷장에 가야 사진이 나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은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생각해야 한다. 편집자가 이걸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안나푸르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얼토당토않게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금새 빠져든다.


"빔은 안 친한 포터에서 밉상 포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강의 바바리맨조차 절로 옷을 여미게 되는 추위다"

"거울을 보니 안경원숭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웃집 언니가 무턱대고 다녀온 트래킹 썰을 푸는 듯한 서술이기 때문이다. 여과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감정과 상황들이 정말 맛깔났다. 글자로 안나푸르나 여행기를 읽고있지만 찰진 표현들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트래킹 이야기의 호흡을 가다듬어주는 역할을 해줬다.





" 김유정은 단편소설 <가을>에서 '하늘이 불콰하다'고 했다. 하늘의 취기에 붉게 물든 안나푸르나가 검은 어둠의 장막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p.286


그리고 이 책이 그냥 흔한 여행기가 아니라는 것은 그녀가 서술하면서 빗대는 표현들 때문이다. 감각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고, 빌 브라이슨의 박식함을 표방하고자 문학작품, 유명인,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글에 담았다.


"색 자체만으로 이렇게 웅혼할 수 있다는 걸 평생 몰랐다. 표현주의 화가들이 왜 색에 파고 들었는지 알 것 같다. 색의 장벽을 따라 나는 걷는다." p.66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한 장면 처럼, 그의 손을 잡고 올라서니 생뚱맞게 작은 오두막이 나타났다."


그래서 정말 작가는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계속 적으로 상황의 비유를 이런식으로 함) 도대체 이건 어떻게 기억해서 그 상황에 맞게 서술하는 걸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 부분은 작가의 박식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해를 도와주는데, 비유하는 포인트를 잘 모른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읽으면서 잘 모르는 인물, 책, 영화 등은 따로 찾아보려고 체크해두곤 했다.




#3 함께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림에 방해받지 않고 작가가 서술한 것에 초점을 맞춰서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작가와 함께 안나푸르나를 트래킹하는 기분이다. 찰진 표현이 이런 기분을 더 느끼게 해주었고, 감각적인 표현은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예쁜 책인 줄만 알았는데 책에, 안나푸르나에 그대로 빠져버리다니!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카페에서 더워지는 날씨에 시원한 안나푸르나로 떠나고 싶다면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마치 작가와 함께 밀크티를 마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읽다보니 딱 여름휴가용 책으로도 괜찮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