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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자화상] <서촌의 기억> : 1950년, 지고지순한 러브레터 그리고 지금 그들의 사랑의 기억

서촌의 기억

작가
안채윤
출판
자화상
발매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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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촌의 기억> 을 고르다

최근 한숨에 읽어버린 <서촌의 기억>은 파스텔톤의 감각적인 표지는 물론 과거의 느낌이 담긴 '서촌의 기억'이라는 제목,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 때문에 고르게 되었다.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은 서촌에 새로 이사오게된 '태인'이 집을 공사하면서 1950년 쓰여진 편지 217통을 발견하게 되고, 그 편지읽기와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있어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2. 지고지순한 1950년의 사랑, 그리고 현재의 사랑


사실 요즘에는 사랑에도 이런 저런 많은 조건이 붙고 한 사람을 진득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한 사람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많은 감동을 주었다. 1950년에 217통이나 연서를 쓴 '구자윤' 이라는 인물은 연희대를 다니는 문학도이다. 시인을 꿈꾸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감정을 비유에 담아 사랑의 순수함을 가득 담아냈다. 많은 연서 속 그의 표현을 보노라면 오글오글거리기 보다는 그 당시의 순수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나의 편지들이 당신은 모르는 동안,

내가 당신을 이토록 연모해왔다는 증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때까지 당신은 그저 나의 종이만 되어주십시오.

종이가 되어 순간순간 전달하지 못했던

이 못난 청년의 애틋한 마음을 부디 품어주십시오.

p.30


구자윤은 이름도 모르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으며 가슴속으로 편지를 쓰며 그 마음을 기록해 갔다. 나중에 우연히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주인공 태인과 함께 1950년에 쓰여진 구자윤의 연서를 읽다보면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구자윤 뿐 아니라 현재 그 편지를 발견한 태인 역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남자였다. 학창시절 사랑했던 그녀를 잊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놓지 못하고 있으며 학창시절에도 육체적이기 보다는 그 나이 대의 순수한 사랑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태인의 사랑의 형태를 보다보면 마치 청정구역에 온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둘은 딱 그 나이에 맞는 가장 순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었다. 

...

태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정연의 눈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눈 속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 대신에 영글지 않은 젖가슴을 선택하는 바보 같은 일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인이라면.

p.97



이런 과거의 자윤, 현재의 태인을 바라보면서 순수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었던 책이기에 더 집중되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3. 읽기 쉽게 쓰여진 편지, 그리고 서촌의 기억


이 책은 전반적으로 너무나도 쉽게 쓰여졌다. 가벼운 연애소설, 로맨스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굉장히 쉽다. 그래서 부담없이 적당히 먹먹한 감정을 느끼며 편안하게 읽기에 좋다.

그리고 틈틈히 나오는 1950년대식 맞춤법, 단어, 표현 들이 그 당시의 느낌이나 구자윤의 감정을 더 느끼게 해준다. 이런 포인트는 이 <서촌의 기억> 이라는 로맨스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거리에는 그 시절 자윤이 품었던 낭만은 어디에도 없는 듯했다. 그저 소비되어가는 청춘들만 있을 뿐.

p.156


<서촌의 기억>은 지금은 잊혀져가는 그런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런 사랑을 갈망하게 만들어주는 참 괜찮은, 읽기 좋은 소설이다. 언젠가 마음이 메마르고 지금의 사랑이 아쉽거나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아 가슴을 먹먹하게 해주는 이 <서촌의 기억>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