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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아무래도 아이는 괘찮습니다> : 아이가 없는 여성의 눈으로 본 사회의 단상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저자
사카이 준코  | 역자          민경욱
출판
아르테(arte)  |  2017.1.13.
페이지수
220 | 사이즈    135*196mm
판매가
서적 13,500원    e북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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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져있는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는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라는 책을 저술했고 제20회 고단샤에세이상 수상작가인 사카이 준코의 새로운 에세이 책이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 지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이때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라는 책은 아이가 없는 독신여성의 시각에서 사회, 사람, 정책 등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책이어서 의미있었다.




#1 왜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를 읽었나?

이 책은 출간소식을 들을 때 부터 정말 기대했던 책이다. 
모두가 저출산이라고 애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애는 참 귀여운 존재고 중요한 존재라고 어필만하는 이때. 감히 "저는 아이를 안 낳을 거에요" 라는 말은 던지기 참 어려운 이때. 이런 책이 나왔다니!
당당하게 "아이는 괜찮다" 라는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했고, 어떤 상황을 접해왔는지 요목조목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던 책이어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건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






#2 여자는 '애 낳는 기계' 가 아닌 '사람'이다.


아이를 싫어한다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선택이고, 존중해줘야 한다.

우리사회도 그렇지만, 애를 안낳는다고 하면 "정 없는 사람" "아직 어른이 아니다" "이기적이다" 라는 말이 바로 나온다.  심지어 "아이의 귀여움, 사랑스러움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 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남자'에게는 가해지지 않는,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화살이다. 일단 여성이 아이를 낳는 주체라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고, 정부가 가임기 여성지도를 내놓듯 '여성은 애낳는 기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존재'로만 봐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 평가절하를 당하는 사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사회를 경험한 저자 사카이 준코는 담담하게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술해 간다. 


독신에 아이까지 없는 그녀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낳지 않았고, 낳지않고 있는 이 상태에 오기까지 많은 것들을 경험해왔다. 여자는 결혼 - 아이 의 코스를 밟는게 당연하고 '노멀' 하다는 사회의 인식 속에서 애를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그녀는 정상적이지 않은 범주에 속한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자들에게 아이가 없음으로 차별 받기도 하고 동정을 받기도 했다. '나의 선택' 인데, 그걸 존중하기 보다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고 동정의 표를 던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의식하고 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중에 나오는 태도들이다. 이건 여성을 정말 '아이 낳는 기계'라는 전제를 깔아두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이런 전제를 깔아두고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기관. 얼마전 가임기 여성지도를 내놓았다가 엄청 깨졌었다. 좋은 취지였을지 모르나, 심하게는 성폭행의 위험, 범죄의 위험까지 연결될 수 있고 여성 자체를 '애낳는 기계'로만 본 대표적인 사고인식을 볼 수 있는 행위였다.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일본 역시도 이런 말도안되는 정책을 내놓았다 깨지곤 했다. 그리고 사카이준코는 가까운 한국의 정책도 중간중간 계속 언급한다.


아는 한국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이런 식의 슬로건이 예전에 있었다고 합니다.

"20대에 결혼해 30대에 아이 둘" 이라는 것은 거의 목표 수치를 내세운 슬로건입니다. 국가가 '이상적인 삶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분명한 슬로건이 제시되었는데도 한국의 출산율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왜 출산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 한 수치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p.53


그렇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당연히 '너는 여자니까 애를 낳아야 해 (하지만 미혼모는 안돼!)' 라는 논리로는 어떤 점에서도 설득을 할 수 없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인 것이고, 출산선택을 독려하려면 '가임기 여성이니까'가 아니라 다른 포인트를 제시해줘야 한다. 



앞으로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저자 사카이 준코가 경험한 상황은 곧 내가 마주할 상황이 된다. 조금이라도 사회적 인식이 성장해서 이런 무의식적인 동정/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을 당연하게 '애를 낳는 존재' 가 아닌 '한 사람' 으로서 대하는 생각이 지극히 당연한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3 스펙화 되는 '아이'


그녀가 본 사회는 일과 결혼했다는 여성의 사회를 넘어 아이엄마가 되어야만 온전히 인정받고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회였다. 과거엔 여성이 일과 결혼했다 하면, 뭐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이젠 일 + 육아 까지 해야만 인정받고 육아를 하지않고 일을 하는 여자는 저출산에 기여하는 그런 몰상식한, 이기적인 여자가 되는 것이다. 남자는 아이가 없어도 능력으로 인정받지만, 여자는 이제 아이가 있어야 능력도 인정받는 사회...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의 육아에 대한 부담은 절대 덜어주지 않는다.


게다가 이젠 아이를 키우는 것을 넘어 SNS를 통해 자랑하는 시대 까지 왔다. 아무나 낳을 수 없는 아이를 낳아 이렇게나 잘 키우고 있다는 자랑, '아이'라는 존재만으로도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SNS! 실제 세계 뿐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까지 아이는 좋아요와 관심의 댓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액세서리가 되었고, 방송에서도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하나의 도구까지 되었다.


뭔가 아이러니 했다. 이런 육아 관련 컨텐츠 들은 출산을 독려할 수도 있지만 그게 한편으론 도구화시키는 경향이 강해서 정말 그들은 온전히 아이를 위한 것일까, 아님 욕심 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튼 이제 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아이라는 부가적인 액세서리가 필요해졌다. 그리고 이런 방향이 과연 좋은 것인가? 출산율이 올라가더라도 아이를 하나의 스펙으로 보는 그런 사회가 과연 올바른 사회게 맞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4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얇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고양이 귀엽고양!) 가볍게 들고다니며 읽었던 책. 

그리고 출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거나 고려중인 사람 뿐 아니라 아이를 가진 분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사실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또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옆 집 언니가 서술한 것 같은 사카이 준코의 에세이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를 통해 생각의 측면을 좀 더 넓혀보는 건 어떨까 싶다.